
나도 아무튼, 식물.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는 늘 화분이 있었다.
어린 어른이 되었을 때,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대신 사계절 꽃이 피는 제라늄을 엄마께 선물하곤 했다.
생각해 보면, 그날은 언제나 '어머니의 날'이었던 것 같다. 아빠는 국물도 없었다.
혼자 살 때는 식물을 키우지 않다가 결혼 후, 다시 집 안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식물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어린이집 하원길에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봉선화 화분 하나가 나를 바꿔놓았다.
"아이가 심었어요."
속으론 '선생님들 고생하셨겠다' 싶었지만, 처음 아이 이름이 적힌 화분을 보니 잘 키워볼 마음이 생겼다.
며칠 뒤, 올라온 새싹에 내 마음이 움직여 당장 다이소에서 화분, 흙, 씨앗을 사와 베란다 한 켠 채웠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인 바질과 예쁜 꽃을 보고 싶어 해바라기를 심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식집사의 길로 들어섰다.
식물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시기.
그때부터 도서관에 가면 꼭 식물 관련 서적을 한두 권씩 집어왔는데, 그중 하나가 '아무튼, 식물'이었다.
(물론, 이 블로그의 앞서 소개된 식물책들 또한 그때부터 시작이었는데, 처음에는 실용서 위주였던 것 같다.)
음악을 하는 작가의 글답게, 문장 하나하나가 감성적이었다.
나와는 차원이 다른 식집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부럽기도 하고, 공감도 많이 됐다.
불안은 나를 쥐고 흔들지만 식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씩 평화를 얻는다.
이제는 잠에서 깨거나 일을 다녀오면 제일 먼저 식물들을 바라본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스트레스가 몰려올 땐 화분 흙에 손가락을 푹 찔러보고, 흙의 촉감과 습도를 느끼면 마음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요즘도 장바구니에는 식물과 화분이 늘 들어있다.
가족의 공간을 위해 참고 있지만, 다시 봄이 되면, 하나둘 늘어나겠지.
오늘도 식물들을 바라본다.
초록이 주는 작은 평화와 활력을 얻는다.
그나저나 응애는 어떻게 없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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